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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고(현 일반계고)는 보이지 않는 수탈의 장소였다.

 

 

나는 요즘 아래의 블로그 글에 빠져 있었다(초기에 작성했던 글 위주로 읽고 있다). 

https://blog.naver.com/lissen

 

강철의 마에스트로 : 네이버 블로그

불평하지 마라, 누군가가 나를 내려친다면 그 충격에 내 검을 단조할 것이고, 내가 사는 곳이 지옥이라면 그 열기에 내 검을 열처리 하여, 마지막 날에 그들의 수급을 취하리니.

blog.naver.com

 이 블로그의 글을 읽으면서 어떻게 저런 훌륭한(?) 생각을 해낼 수 있는지 궁금해 했었다. 그러다가 문듯 떠오른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나는 원래 전문계(실업계) 고등학교 진학을 원했으나 부모 때문에 강제로 인문계로 갔다.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여서 분기별로 40만원 가량의 학비를 내야 했다. 거기에다가 강제적인 방과후 수업, 야간자율학습과 방학 중 보충수업, 그리고 거기에 사용되는 교재 뿐만 아니라 정규 수업시간에 사용되는 별도의 교재도 구입해야 했다.

 

 글 제목이 '보이지 않는 수탈의 장소'인데 왜 수탈의 장소이냐면? 먼저 수탈의 요소부터 나열하겠다. 

 수탈의 요소로는 방과후 수업, 방학 중 보충수업, 방과후 수업과 보충수업, 정규 수업에 사용되는 외부교재(문제집), 야간자율학습이 있다.

 

 먼저 정규 수업에 사용되는 외부교재가 수탈인 이유를 말하겠다. 학생마다 자기에게 맞는 문제집이 제각각이여서 거기에 맞게 문제집을 여러번 풀어야 한다. 그러나 고등학교 수업 때는 교과서 뿐만 아니라 교사들이 지정한 문제지를 가지고 수업을 하고, 심지어는 문제지만으로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학교에서 제작한 자체 교재로 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에서 제작한 자체 교재로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교사들이 일방적으로 문제집을 구입해서 수업하는 것은 바꾸어 말한다면 교과서가 (수능 또는 모의고사(전국연합학력평가)를 대비하기에) 부실하다는 말과도 같다. 

 그렇다면 교과서를 보강하든지 아니면 수고스럽지만 자체 교재를 제작해 학생들에게 배포하는 편이 낫다. 비싼 수업료를 내는 데다가 자기가 보는 문제집에 추가로 문제집을 구입해야 한다면 이는 학생들에게는 금전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데다가 집중을 방해할 수도 있다. 여기에 추가로 말하자면 교사들에게는 교사용 문제지가 무료로 배포되는데 여기에는 문제지 회사의 로비(?)가 있다고 추측된다.

 

 방과후 수업이 수탈인 이유는 방과후 수업은 듣고 싶은 사람만 들어야 하고, 듣기 싫은 사람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문계 고등학교는 그러한 선택의 자유가 없다. 반드시 들어야 한다. 게다가 내신 시험(나의 경우는 영어, 고등학교 2학년 1학기까지)에 방과후 수업 내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내신을 좋게 관리해야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들어야 한다. 거기에다 방과후 수업료도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 데다가 교재도 개인적으로 사야 한다. 

 방과후 수업은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강제로 듣게 할 목적으로 내신에 반영해서는 안된다. 아니면 의무화 한다면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학생이 아닌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부담하게 해야 한다.

 

 방학 중 보충수업이 수탈인 이유는 방학은 수업으로부터 해방되어 각자 적절한 범위(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를 누리는 시간인데 그러한 시간을 빼앗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충수업 비용, 교재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보충수업을 거부한다면 교사는 그 학생에게 여기서 나가(반을 떠나라) 또는 자퇴서 내라고 할 것이다. 

 방학 중 보충수업도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선택을 거부한다고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된다. 아니면 의무교육 시수에서 보충수업에 사용할 시수를 분리시켜서 수업을 편성하고, 일체 수업 비용은 학생이 지불하는 것이 아닌 학교가 부담하게 해야 한다.

 

 야간자율학습이 수탈인 이유는 학생마다 학교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학생이 있고, 그 시간에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싶어하는 학생, 놀고 싶어하는 학생 등등이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를 거부하면 보충수업 때 처럼 반을 떠나거나 자퇴서 내라고 할 것이다. 

 야간자율학습은 전두환이 사교육에 맞설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고등학생들의 방과 후(정규수업 끝난 뒤의) 시간을 박탈하는 수단이 되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위해서 야간자율학습을 하라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그 이유는 야간자율학습 감독을 하면서 밀린 행정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데다 감독수당을 받게 되어 일석이조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으면 서울대를 못간다' 라는 근거를 내세우기도 한다.

 

 정규수업 시의 외부교재, 방과후 수업, 방학 중 보충수업, 야간자율학습에 대해 종합적으로 말하면 교사의 (급여 외의) 이익과 관련되어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하라고 하는 것이고, 이런 것들이 그 당시(내가 고등학생 때)에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지금(현재) 돌이켜보면 수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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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kywalker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