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사/수학사(상)2022. 7.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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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사 23-그리스의 삼각법과 측정법(2)

 

 

6. 톨레미의 알마게스트 

 

 메넬라우스의 정리는 구면삼각형과 천문학에 기본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고대 전체를 통틀어 그것보다 영향력과 중요성이 뛰어난 삼각법에 관한 저작은 '수학 집성'이었다. 이것은 메넬라우스보다 약 반세기 뒤에 알렉산드리아의 톨레미가 쓴 것으로 13권으로 되어 있다. 톨레미의 수학 집성은 '대집성'이라 하고, 다른 저자들이 쓴 것은 '소집성'이라(아리스타쿠스 포함)하여 다른 천문학 논문과 구별한다. 게다가 전자를 아라비아어로 'megiste'라 해서 아라비아에서는 톨레미의 책을 '알마게스트(위대한 것)'라고 부르게 되었고, 이후 그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유클리드와 마찬가지로 톨레미의 생애는 알 수 없으나 그가 127년부터 151년까지 알렉산드리아에서 관측했다는 기록이 있어 그가 태어난 해를 1세기 말로 추정하고 있다. 

 톨레미의 '알마게스트'의 방법은 히파르쿠스의 '원과 현에 관하여'로부터 상당한 힘을 입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지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알마게스트 덕분에 삼각표 뿐만 아니라 그 것을 만드는 데 사용한 방법도 알 수 있다.

 곧 톨레미의 현의 계산에서 중심을 이루는 사항은 오늘날 '톨레미의 정리'로 알려진 명제  '볼록삼각형 \(ABCD\)가 원에 내접할 때 \(AB\cdot CD+BC\cdot DA=AC\cdot BD\)'이었다. 

 곧 네 꼭짓점이 원 위에 있는 사각형의 맞변끼리 곱한 것의 합은 대각선의 곱과 같다는 것이다. 이것은 선분 \(BE\)를 각 \(ABE\)와, 각\(DBC\)와 같게 되도록 그을 때 삼각형 \(ABE\)와 삼각형 \(BCD\)는 서로 닮은 꼴이 된다는 것으로부터 쉽게 증명할 수 있다. 이 톨레미의 정리의 특별한 경우와 유클리드의 자료론에 있던 명제 93, '삼각형 ABC가 원에 내접하고 현 \(BD\)가 각 \(ABC\)를 이등분하면 \(\frac{AB+BC}{BD}=\frac{AC}{AD}\)'이다.

 톨레미의 일반 정리 가운데 더 쓸모있고 특별한 것은 삼각형의 한 변(예: \(AD\))가 원의 지름일 때다. 그 때 \(AD=2r\)이라 하면 \(2r\cdot BC+AB\cdot CD=AC\cdot BD\)가 된다. 이때 호 \(BD=2\alpha\), 호 \(CD=2\beta\)로 하면 다음과 같다.$$BD=2r\sin\alpha,\,BC=2r\sin(\alpha-\beta),\,AB=2r\sin(90^{\circ}-\alpha),\,CD=2r\sin\beta,\,AC=2r\sin(90^{\circ}-\beta)$$ 따라서 위의 톨레미의 정리로부터 다음의 식이 유도된다.$$\sin(\alpha-\beta)=\sin\alpha\cos\beta-\cos\alpha\sin\beta$$ 마찬가지로 다음의 식도 유도된다.$$\begin{align*}\sin(\alpha+\beta)&=\sin\alpha\cos\beta+\cos\alpha\sin\beta\\ \cos(\alpha\pm\beta)&=\cos\alpha\cos\beta\mp\sin\alpha\sin\beta\end{align*}$$그래서 오늘날 이 네 가지의 합, 차 공식을 톨레미의 공식이라고 한다.  

 톨레미가 표를 작성할 때 더욱 쓸모있게 사용한 것이 바로 앞에서 말한 차의 사인(더 정확하게는 차의 현)의 공식이었다. 게다가 또 하나 쓸모있던 공식은 반각의 공식에 상당하는 것이었다. 

 곧 원의 호에 대한 현이 주어졌을 때, 그 호의 반에 대한 현의 길이를 톨레미는 다음과 같이 구했다.

 먼저 \(AC=2r\)을 지름으로 하는 원의 호 \(BC\)의 중점을 점 \(D\)로 하고, 다음에 \(AB=AE\)인 점 \(E\)를 잡은 뒤 나아가 선분 \(EC\)를 선분 \(DF\)로 이등분한다. 그러면 \(FC=\frac{1}{2}(2r-AB)\)는 쉽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DC^{2}=AC\cdot FC\)이므로 \(DC^{2}=r(2r-AB)\)가 유도된다. 이때 \(\widehat{BC}=2\alpha\)라 하면 \(DC=2r\sin\frac{\alpha}{2}\)와 \(AB=2r\cos\alpha\)가 되고, 따라서 식 \(\sin\frac{\alpha}{2}=\sqrt{\frac{1-\cos\alpha}{2}}\)를 얻는다.

 곧 임의의 호에 대한 현의 길이를 알 수 있으면 반호에 대한 현의 길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톨레미는 현대의 삼각법의 기본공식에 해당하는 것을 가지고 바라는 만큼 정확한 현의 표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7. \(360^{\circ}\)의 원

 

 그런데 히파르쿠스 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삼각비'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서 그리스 사람과 그 뒤 인도 사람, 아라비아 사람들은 '삼각선'을 썼다.

 (이미 본 것 처럼) 그것은 처음에 원의 형태를 갖고 있었고, 그 현대 수값(또는 근삿값)을 부여하는 것이 톨레미에게 주어졌다. 이것을 위해 다음의 두 가지 결정이 필요했다.

 

(1) 원 둘레를 세분하기 위한 어떤 체계

(2) 지름을 세분하기 위한 어떤 규칙

 

 원 둘레를 \(360^{\circ}\)로 나눈 것은 그리스에서 히파르쿠스 시대부터 쓰였는데 이 관습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고, 다만 황도를 12궁과 36개의 10분각으로 나누는 \(360^{\circ}\)라고 하는 값은 천문학에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바빌로니아에서의 1보다 작은 부분에 대한 위치 기수법은 이집트의 단위분수, 그리스의 상분수보다 뛰어나서 톨레미는 각도를 60개의 첫 번째 작은 부분(partes minutae primae), 그 각각을 다시 60개의 두 번째 작은 부분(partes minute secundae)으로 잘게 나누었다.

 톨레미가 삼각법에서 원의 지름을 120개로 나눈 것은 바로 이 60진법에 따른 것이었고, 더욱이 그는 이것들을 각각 60분으로 나누고, 또 각 분을 60초로 잘게 나누었다. 현재의 삼각함수 등식을 톨레미가 사용한 현의 언어로 바꾸는 데는 다음의 관계식을 사용하면 쉽다.$$\sin x=\frac{\text{cd}2x}{120},\,\cos x=\frac{\text{cd}(180^{\circ}-2x)}{120}\,(\text{cd:\,chord})$$곧 공식 \(\cos(x\pm y)=\cos x\cos y\mp\sin x\sin y\)는 \(\text{cd}\overline{2x\pm2y}=\frac{\text{cd}\overline{2x}\text{cd}\overline{2y}\mp\text{cd}2x\text{cd}2y}{120}\)로 된다. 여기서 호(각) 위의 가로막대는 보(supplementary arc)를 나타낸다.

 이와 같이 각과 호 뿐만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현도 60진법으로 표시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고대 학자들은 근삿값을 정확히 표기할 때에는 항상 60진법으로 1보다 작은 부분을 나타내었다. 이로부터 60진법 소수는 보통의 분수와 구별하여 '천문학자의 소수' 또는 '자연과학자의 소수'라 하게 되었다.

 

8. 삼각표의 작성

 

 이상과 같은 측정체계를 결정함으로써 톨레미는 각에 대한 현을 손쉽게 계산하게 되었다. 보기를 들면 원의 반지름이 60개의 부분으로 나뉘므로 \(60^{\circ}\)에 대한 현도 60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또 \(120^{\circ}\)에 대한 현은 \(60\sqrt{3}\), 곧 약 103개의 부분과 \(55'33''\)으로 되어 그리스식 표기로는 \(\rho\gamma^{p}\nu\epsilon'\lambda\gamma''\)로 된다. 이제 톨레미는 자신의 반각공식에 따라 \(30^{\circ}\)의 현, \(15^{\circ}\)의 현, 나아가서는 더욱 작은 각의 현도 구하려 한다면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반각공식의 사용을 미루었고, 대신에 \(36^{\circ}\)와 \(72^{\circ}\)의 현을 계산했다. 이에 톨레미는 유클리드 원론 13권 명제 9의 '같은 원에 내접하는 정오각형, 정육각형, 정십이각형 각각의 한 변은 직각삼각형의 세 변이 된다'를 사용했다.

 이 유클리드 정리는 톨레미가 생각한 원에 내접하는 정오각형의 작도가 틀림없이 증명됨을 보여주고 있다.

 톨레미의 작도를 보기 위해 \(O\)를 원의 중심, \(AB\)를 지름으로 하자. 이때 점 \(C\)를 선분 \(OB\)의 중점으로 하고 선분 \(OD\)를 선분 \(AD\)에 수직으로 그은 뒤 \(CE=CD\)가 되게 하면 직각삼각형 \(EDO\)의 각 변은 각각 원에 내접하는 정오각형, 정육각형, 정십각형의 변으로 된다. 여기서 반지름 \(OB\)를 60개의 부분으로 나누면 정오각형과 황금분할의 성질(\(BE\cdot EO+OC^{2}=CE^{2}=DC^{2}=OD^{2}+OC^{2}\)이므로 \(BE\cdot EO=OD^{2}=OB^{2}\)이고 \(EO=x\)라 하면, x=30(\sqrt{5}-1))에서 \(36^{\circ}\)의 현 \(OE\)는 \(30(\sqrt{5}-1)\), 곧 약 37.083 또는 \(37^{p}4'55''\), 그리스식으로는 \(\lambda\zeta^{p}\delta'\nu\epsilon''\)으로 된다.

 그리고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서 \(72^{\circ}\)의 현은 \(30\sqrt{10-2\sqrt{5}}\), 곧 약 \(70.536\) 또는 \(70^{p}32'3''\)이다.

 원에서 \(S^{\circ}\)의 현을 알 수 있으면 탈레스와 히파르쿠스의 정리로부터 \(\text{cd}^{2}\overline{S}+\text{cd}^{2}S=120^{2}\)이 유도되고 따라서 \((180-S)^{\circ}\)의 현은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여 \(\sin15'\)의 값을 소수점 6째 자리까지 정확히 구했고(구한 값은 0.00873), \(\pi\)의 근삿값을 정720각형을 이용해 \(\frac{327}{120}=3.1416\)으로 계산했다(아르키메데스는 정96각형을 이용해 \(\frac{22}{7}\)을 \(\pi\)값으로 사용했다).

 

9. 톨레미의 천문학

 

 합과 차의 현, 반호의 현에 대한 공식으로 준비를 마치고 \(\frac{1}{2}^{\circ}\)의 현에 대한 만족할 만한 근삿값을 구하고부터 톨레미는 현의 표를 \(\frac{1}{2}^{\circ}\)에서 \(180^{\circ}\)까지 \(\frac{1}{2}^{\circ}\)마다 초(각 \(1^{\circ}\)의 \(\frac{1}{60^{2}}\))까지 정확하게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frac{1}{4}^{\circ}\)에서 \(90^{\circ}\)까지 \(\frac{1}{4}^{\circ}\)마다 계산한 사인 표와 같은 것이었다,

 그 표는 알마게스트 1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이루었고, 이후 1000년 이상 천문학자들에게는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이 논문의 남은 12권에는 톨레미 체계로 알려진 행성에 관한 원과 주전원의 이론이 기술되어 있다. 톨레미도 아르키메데스와 히파르쿠스처럼 지구 중심의 우주를 상정했는데 지구가 움직인다고 하면 겉보기의 항성 시차가 없는 것이나 지구에서 역학 현상과 모순되는 것과 귀찮은 문제에 맞닥뜨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귀찮은 문제들에 견주면 '고정된' 별인 구체가 날마다 회전하는데 필요한 거대한 속도는 믿기 어렵다는 것은 하잘것 없어 보인다.

 이상과 같이 톨레미의 체계는 당시 상식과 어울렸을 뿐만 아니라 우주를 쉽게 표현해주는 이점도 있었다. 톨레미는 아폴로니우스와 히파르쿠스의 체제에 본질적인 수정을 가했다.

 먼저 지구를 도원(천체 또는 그 주전원의 중심이 그 위를 이동한다고 생각된 지구를 도는 원)의 중심에서 약간 비켜놓고, 지구의 궤도를 이심원 궤도로 했다.

 톨레미는 나름대로 여러가지를 시도했으나 관측된 행성의 운동을 그에 딱 맞게 원, 주전원, 이심원 체계로 만들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는 원운동의 평등성에 관한 그리스인의 주장을 버리고 기하학적인 점을 하나 도입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곧 지구 \(G\)와 도원의 중심 \(C\)를 잇는 직선이 위에 있고, 행성 \(P\)가 회전하는 주전원의 중심 \(Q\)의 '겉보기'각운동이 그곳에서 한결같이(uniformly) 보이는 점이 이퀀트 \(E\)이다.

(이퀀트 \(E\)위의 관측자에게는 \(Q\)가 한결같이 원운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는 한결같은 원운동이 아니다)

 이 방법으로 톨레미는 행성의 운동을 정확히 표현했지만 그 고안은 단지 운동학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고, 원운동의 비평등성 때문에 생기는 역학적인 의문에 답하려 하지는 않았다.

 

참고자료:  
수학의 역사-상, (칼 B 보이어, 유타 C 메르츠바흐 지음), 양영오, 조윤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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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kywalker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