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사 22-그리스의 삼각법과 측정법(1)
1. 초기의 삼각법
삼각법도 수학처럼 어느 한 사람 또는 어느 한 나라가 이룬 것은 아니었다. 닮음 삼각형의 변의 비에 관한 정리는 고대 이집트인, 바빌로니아인들도 알고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리스 이전에는 각도를 잰다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는 삼각형의 각과 비를 측정하는 삼각법(trigonometry)보다는 삼별법(trilaterometry), 곧 세 변으로 된 다각형의 측정법으로 부르는 쪽이 더 어울릴 지 몰느다. 그리스인은 먼저 원 안에서 각(또는 호)과 이에 대응하는 현의 길이 사이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연구했다.
2. 사모스의 아리스타르쿠스
아르키메데스와 플루타르크에 의하면 아리스타르쿠스는 코페르니쿠스보다 1500년이나 앞서 태양 중심설을 제안했으나 그 기록은 현재 없고, 그 대신 태양 중심설을 내세우기 전에 아리스타쿠스가 쓴 논문은 남아있다. 그 논문은 '태양, 달의 크기와 거리에 관하여'이고, 이 논문에서 아리스타쿠스는 달이 반쪽일 때,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달이 이루는 각은 직각보다 4분원의 \(\frac{1}{30}\)만큼 작다는 것을 관측했다(원을 \(360^{\circ}\)로 생각하는 것은 조금 더 뒤에 도입되었다).
오늘날의 삼각법으로 정리하면 이것은 태양까지 거리에 대한 달 까지 거리의 비(위 그림에서 \(\frac{ME}{SE}\))가 \(\sin3^{\circ}\)이다. 그 당시에는 삼각함수표가 없어서 아리스타르쿠스는 이것을 당시 잘 알려진 기하학 정리에서 구했다. 오늘날에는 다음의 부등식$$\frac{\sin\alpha}{\sin\beta}\cdot\frac{\alpha}{\beta}<\frac{\sin\alpha}{\sin\beta}\,(0^{\circ}<\beta<\alpha<90^{\circ})$$로 표시되고, 그로부터 그는 \(\frac{1}{20}<\sin3^{\circ}<\frac{1}{18}\)을 유도하고 따라서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달까지의 거리의 18배보다 크고 20배보다 작다. 이 값은 오늘날의 값을 조금 밑도나 당시를 기준으로 정확도가 높았다. 더구나 아리스타르쿠스의 방법은 하나도 나무랄 데가 없는데 그것에 의한 오차는 \(MES\)를 \(87^{\circ}\)로 측정한 오차 정도였다(실제로는 약 \(89^{\circ}50'\)).
태양과 달의 상대거리를 결정한 아리스타르쿠스는 나아가 태양과 달의 크기의 비가 위에서 말한 비와 같다는 것도 알았다.
이것은 태양과 달의 겉보기 크기가 거의 같다는 사실(지구 위에서 태양의 폭과 달의 폭이 거의 같은 각도를 이루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 논문에서는 이 각이 \(2^{\circ}\)라고 하고, 이 비에서 지구의 크기와 견주어 태양과 달의 크기에 대한 근삿값을 구할 수 있었다.
곧 월식을 관측하면서 그는 달이 있는 곳에 비친 지구 그림자의 나비(가로로 건너지는 거리)는 달의 지름을 두 배라고 결론지었다.
거기서 \(R_{s},\,R_{e},\,R_{m}\)을 각각 태양, 지구, 달의 반지름, \(D_{s},\,D_{m}\)을 각각 지구에서 태양과 달 까지의 거리라 하면 삼각형 \(BCD\)와 \(ABE\)가 닮음꼴이므로 비 \(\frac{R_{e}-2R_{m}}{R_{s}-R_{e}}=\frac{D_{m}}{D_{s}}\)을 얻는다. 그리고 이 등식에서 \(D_{s}\approx19D_{m}\), \(R_{s}\approx19R_{m}\)으로 바꾸면 등식 \(\frac{R_{e}-2R_{m}}{19R_{m}-R_{e}}=\frac{1}{19}\), 곧 \(R_{m}=\frac{20}{57}R_{e}\)를 얻는다. 여기서 아리스타르쿠스의 실제 계산은 상당히 단순화된 것이고, 실제로 위보다 더 면밀하게 추론해 다음의 부등식을 얻었다.$$\frac{108}{43}<\frac{R_{e}}{R_{m}}<\frac{60}{19},\,\frac{19}{3}<\frac{R_{s}}{R_{e}}<\frac{43}{6}$$
3. 키레네의 에라토스테네스
해와 달의 크기를 어림셈하는 데에는 지구의 반지름이 필요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구 둘레를 약 64,000km(에우독소스가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고, 아르키메데스와 그와 동시대 사람들은 약 48,000km으로 계산했다. 이것보다 더 뛰어난 계산은 에라토스테네스가 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키레네 출신으로 대부분은 아테네에서 지냈고, 시, 천문학, 역사, 수학, 운동을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뛰어났으며, 장년기에는 프톨레마이오스 3세의 아들의 가정교사로 초빙받아 알렉산드리아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대학 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아르키메데스가 '방법'에 관한 논문을 보는 사람이 그때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에라토스테네스이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의 측량으로 유명하다. 그는 먼저 하지의 정오 때 햇빛이 시에네에 있는 깊은 우물 속을 비치는 것을 관찰했다. 그와 같은 시각에 그는 같은 날 줄 위에 놓인, 시에네에서 북쪽으로 5,000스타디온 떨어진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땅에 수직으로 세운 막대의 끝과 그림자의 끝을 이은 직선과 막대기가 곧 4직각, 원의 \(\frac{1}{50}\)을 이룬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위 그림에서 각 \(S'AZ\)와 \(S''OZ\)가 같다는 것으로부터 지구의 둘레는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 사이의 거리의 50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지구의 둘레는 250,000스타디온(1 스타디온: 약 161m) 이므로 \(40,250km\)이다(뒤에 이 값은 250,000 스타디온으로 수정되는데 \(1^{\circ}\)를 700스타디온으로 사용하게 된 때문일 것이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소수를 거르기 위한 에라토스테네스의 체(자연수 전체에서 수 \(n\)을 남기고 그 뒤 \(n\)번째 마다 놓인) 모든 수를 모두 없애간다. 그렇게 하면 그를 시작으로 남겨진 모든 수는 모두 소수가 될 것이다.
또한 중항과 자취에 관한 책 과 '지구의 측정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썼으나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다.
4. 니케아의 히파르쿠스
히포크라테스에서 에라토스테네스까지 약 두 세기 반 동안 그리스의 수학자들은 직선과 원 사이의 여러 관계를 연구하고 그것들을 여러 천문학 연구에 응용했으나 체계적인 삼각법을 만드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 그 뒤 기원전 2세기 후반에 니케아의 히파르쿠스가 처음으로 삼각표를 작성했고, 그를 '삼각법의 아버지'라고 한다.
아리스타르쿠스는 주어진 원 안에서 호의 현에 대한 비는 중심각에서 \(180^{\circ}\)에서 \(0^{\circ}\)로 작아짐에 따라 감소하여 1에 가까워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left(\lim_{\theta\,\rightarrow\,0+}{\frac{2r\sin\frac{\theta}{2}}{r\theta}}=1\right)\). 그렇지만 히파르쿠스가 나타날 때까지 서로 대응하는 모든 각도에 대하여 호와 현의 값을 표로 나타낸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히파르쿠스는 천문학에 사용하기 위해 수표(삼각표)를 작성한 것은 분명하나 무엇을 바탕으로 그것을 만들었는가는 알 수 없다.
히파르쿠스 자신은 바빌로니아 천문학과 톨레미 사이의 과도적 인물이었다. 천문학에서 히파르쿠스가 이룬 중요한 업적은 바빌로니아로부터 얻은 경험적 자료의 조직화, 별의 일람표의 작성, 중요한 천문 정수의 개정(예: 한 달, 한 해의 길이, 달의 크기, 황도의 기운 각 따위) 마지막으로 춘분점의 세차의 발견이었다.
일반적으로 히파르쿠스가 기하학적 행성 체계를 세우는 데 중요한 일을 했다고는 하나 확실하지는 않은데 아폴로니우스가 얼마나 일찍이 삼각법의 방법을 천문학에 어느 정도 적용하고 있던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수학에서 원을 \(360^{\circ}\)로 보는 생각을 체계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는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은 히파르쿠스가 현의 표를 만들었던 관계로 그의 업적이라고 하고 있다.
그는 이미 하루는 360등분하던 히프시클레스로부터 바빌로니아 천문학에 의해 제기됬을듯한 분할의 사고 방식을 배웠다고 본다. 히파르쿠스의 저작이 현재 존재하지 않아 어떻게 수표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5. 알렉산드리아의 메넬라우스
테론은 '원의 현에 관하여'라는 6권으로 된 알렉산드리아의 메넬라우스의 논문도 언급한다. 메넬라우스의 저작으로는 '기하학 원리', '구면학' 등의 수학, 천문학 저작이 있으나 오직 '구면학'만이 현재 존재한다. 유클리드가 원론 1권에서 평면삼각형의 기본적인 성질을 들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메넬라우스는 구면학 1권에서 구면삼각형의 기본을 세우고 있다.
단지 구면학에는 유클리드의 저작에 없는 정리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두 개의 구면삼각형은 대응하는 각이 서로 같을 때 합동이다'이다(메넬라우스는 합동 구면삼각형과 대칭 구면삼각형을 구별하지 않았다). 또 \(A+B+C>180^{\circ}\)라는 정리도 증명하고 있다.
2권에서는 구면기하학을 천문현상에 응용하는 것을 기술하고 있는데 수학적으로는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3권은 '메넬라우스의 정리'를 전형적인 그리스식 구면삼각법(원과 현에 관한 기하학 또는 삼각법)의 일부로 다루고 있다.
보기를 들어 위 그림과 같이 \(AB\)는 중심각 \(AOB\)의 반각의 사인(sine)에 원의 반지름을 곱한 길이의 두 배이다. 그러나 메넬라우스와 그 후계자들은 \(AB\)를 단지 호 \(AB\)에 대응하는 현으로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BOB'\)를 원의 지름이라고 하면 \(AB'=2r\cos\left(\frac{1}{2}\angle AOB\right)\)이다(\(r\)은 원의 반지름). 따라서 탈레스와 피타고라스 정리에 의해 유도된 등식 \(AB^{2}+AB'^{2}=4r^{2}\)는 오늘날 등식 \(\sin^{2}\theta+\cos^{2}\theta=1\)과 동치이다.
메넬라우스는 그보다 앞선 히파르쿠스처럼 횡단선에 관한 정리를 증명하는데 보조정리로 사용한 두 항등식을 알고 있었다. 그 보조정리들은 오늘날의 표현으로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1. \(O\)를 중심으로 하는 원에서 현 \(AB\)와 반지름 \(OD\)가 점 \(C\)에서 만나면 \(\frac{AC}{CB}=\frac{\sin\widehat{AD}}{\sin\widehat{DB}}\)이다.
2. 현 \(AB\)와 반지름 \(OD'\)의 연장선이 원 밖의 점 \(C'\)에서 만자면 \(\frac{AC'}{BC'}=\frac{\sin\widehat{AD'}}{\sin\widehat{BD'}}\)이다.
메넬라우스는 이 보조정리들을 증명없이 가정하는 데 아마 이전의 그의 저작이나 히파르쿠스의 현에 관한 12권 저작에 그 증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AO\)와 \(BO\)를 그은 다음 \(A\)와 \(B\)에서 각각 \(OD\), \(OD'\)에 수선을 내리고 닮은 삼각형 성질을 이용하면 이 보조정리들을 쉽게 증명할 수 있다.
평면삼각형의 경우 '메넬라우스의 정리'는 유클리드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 '포리스마타'에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평면의 경우 그 정리는 "삼각형의 각 변 \(AB,\,BC,\,CA\)가 횡단선에 의해 각각 \(D,\,E,\,F\)에서 잘리면 \(AD\cdot BE\cdot CF=BD\cdot CE\cdot AF\)이다." 바꿔 말하면 "임의의 직선은 이웃하지 않은 세 선분의 곱이 남은 세 선분의 곱과 같게 되도록 삼각형의 세 변을 자른다"는 것이다.
이 성질은초등기하학이나 간단한 삼각법의 관계식을 응용하면 쉽게 증명할 수 있다. 메넬라우스는 이것을 구면삼각형으로 넓혀 식 \(\sin AD\cdot\sin BE\cdot\sin CF=\sin BD\cdot\sin CE\cdot\sin AF\)에 상당하는 식까지 유도했다. 이 경우 절대량 대신 유향선분이 쓰일 때에는 양변의 곱은 크기가 같더라도 부호는 다르다.
참고자료:
수학의 역사-상, (칼 B 보이어, 유타 C 메르츠바흐 지음), 양영오, 조윤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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