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사 21-페르가의 아폴로니우스(3)
13. 극대와 극소, 접선과 법선
원뿔곡선에 대한 극대와 극소 곡선을 다룬 5권의 머릿말에도 아폴로니우스는 "이 문제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당시에는 단지 아름다운 이론일 뿐, 과학이나 공학에 응용되기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 이후에 지구나 천체 역학 등의 여러 분야에서 바탕이 된다.
실제로 아폴로니우스의 극대 및 극소 정리도 원뿔곡선에 그은 접선과 법선에 관한 이론이다. 포물선의 접선에 관한 지식이 없었다면 부분 탄도분석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 행성의 궤도에 대한 연구도 타원의 접선을 연구하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다.
1800년 후의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아폴로니우스의 순수 수학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또 그리스에서조차 모든 기운 원뿔은 원 모양의 평면족을 두 개 가진다는 아폴로니우스 정리는 구면 영역을 평면에 입체 투영하여 만드는 지도의 제작법에 응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수학이 발전하는 가운데 처음에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만 정당화되었던 문제가 나중에 가서 '실용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더 없이 귀중한 가치를 가져다 주는 일은 흔히 있다.
그리스 수학자가 내린 곡선 \(C\)위의 점 \(P\)에서 그 곡선에 그은 접선의 정의는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접선 \(L\)이란 곡선 \(C\)와 접선 \(L\)사이에 어떻나 직선도 그을 수 없는 직선으로 생각했다.
아폴로니우스는 이 정의에 만족할 수 없어서 다음 법선의 정의를 피했을 수 있다.
법선의 정의: 점 \(Q\)에서 곡선 \(C\)에 그은 법선은 점 \(Q\)에서 곡선 \(C\)까지의 거리가 극대 또는 극소로 되는 직선이다.
보기를 들어 '원뿔곡선' 5권 명제 8에서는 포물선의 법선에 대한 정리를 증명하고 있고, 이것을 전형적인 간접법으로 증명한다. 점 \(P'\)을 \(P\)와 다른 포물선 위의 점이라고 할 때, 점 \(P'\)이 점 \(P\)로부터 멀어짐에 따라 선분 \(P'G\)의 길이가 늘어나는 것을 보이고 있다(아래 그림).
타원과 쌍곡선의 경우 축 위의 한 점에서 법선을 긋는 정리는 더욱 복잡한데, 그 증명이 다음에 이어지고 있다.
점 \(P\)가 원뿔곡선 위에 있을 때, 법선이 극대 또는 극소 중 하나라 해도 점 \(P\)를 지나는 법선은 하나 뿐이고, 이 법선은 점 \(P\)에서 그은 접선에 수직인 것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접선과 법선이 직교하는 것을 우리는 정의로 받아들이나 아폴로니우스에게는 정리로서 증명해야 할 것이었다. 반대로 극대 및 극소의 성질은 우리에게는 정리로서 유도되는 것이지만 아폴로니우스에게는 법선의 정의였다.
5권의 뒤에서는 원뿔곡선의 법선문제를 더욱 파고들어 주어진 점에서 하나의 원뿔곡선에 그을 수 있는 법선의 수를 판정하는 조건까지 다루고 있다. 그 판정조건은 원뿔곡선에서 그린 축폐선의 방정식과 같은 것이었다.
요약하면 아폴로니우스는 포물선 \(y^{2}=2px\)에서 좌표값이 삼차방정식 \(27py^{2}=8(x-p)^{3}\)을 만족하는 점은 점 \(P'\)이 점 \(P\)에 가까워짐에 따라 점 \(P'\)과 점 \(P\)에서 포물선에 그은 두 법선의 교점이 가까이 하는 극한점이라고 하는 것을 보였다. 곧 그 삼차방정식을 만족하는 점은 원뿔곡선 위의 곡률중심(포물선에 접하는 원의 중심)이 된다. 타원, 쌍곡선\(\left(\frac{x^{2}}{a^{2}}\pm\frac{y^{2}}{b^{2}}=1\right)\)에 대응하는 축폐선의 방정식은 각각 \((ax)^{\frac{2}{3}}\pm(by)^{\frac{2}{3}}=(a^{2}\mp b^{2})^{\frac{2}{3}}\)가 된다.
아폴로니우스는 원뿔곡선의 축폐선에 대한 조건을 보여주고나서 축 밖의 점 \(Q\)에서 원뿔곡선에 법선을 긋는 방법을 보여준다.
포물선 \(y^{2}=2px\)의 경우 점 \(Q\)가 포물선과 축 위에 있지 않을 때 먼저 축 \(AK\)위에 수선 \(QM\)을 긋고, 선분 \(MH=p\)를 나타내고 나서 직선 \(HA\)에서 수선 \(HR\)을 세운다.
그 다음에 점 \(Q\)를 지나 \(HA\)와 \(HR\)을 점근선으로 하고 포물선과 점 \(P\)에서 만나는 직각쌍곡선을 그린다. 거기서 \(NK=HM=p\)를 보이면 구하는 법선은 직선 \(QP\)인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점 \(Q\)가 포물선 안에 있을 때에는 점 \(P\)가 두 점 \(Q\)와 \(R\)의 사이에 오는 것 말고는 똑같다. 또 아폴로니우스는 한 점에서 주어진 타원과 쌍곡선에 법선을 작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보조 쌍곡선을 이용하여 작도하고 있다.
그러나 타원과 쌍곡선의 법선의 경우는 접선과 달리 자와 컴파스만으로 작도할 수 없다. 접선과 법선의 문제에서 고대인들은 원뿔곡선에 '접선'을 작도한다는 것은 '평면의 문제'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원과 직선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편 평면 위 임의의 점에서 중심이 있는 주어진 이차곡선에 '법선'을 작도하는 것은 '입체의 문제'였다.
그것은 직선과 원 만으로는 그릴 수 없는 입체의 자취(이 경우는 쌍곡선)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뒤에 파푸스는 아폴로니우스가 포물선의 법선의 작도를 평면의 문제가 아닌 입체의 문제로 다룬 것을 비판했다. 아폴로니우스가 사용한 쌍곡선은 원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마 아폴로니우스가 법선을 작도하는 경우 세 종류의 원뿔곡선을 통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직선과 원에 대한 숭배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14. 원뿔곡선의 닮음
아폴로니우스가 아탈루스왕에게 '원뿔곡선' 6권을 바칠 때, 그 책에 대해서 "앞선 사람들이 연구하고 내버려둔 거 말고, 원뿔곡선의 조각과 같음과 같지 않음, 닮음과 닮지 않음에 관한 명제를 싣고 있습니다. 임금께서는 특히 주어진 직원뿔에서 주어진 단면과 똑같은 단면을 잘라내는 방법을 볼 것입니다"라고 했다.
여기서 두 원뿔곡선이 닮았다는 것은 세로좌표가 꼭지점에서 축에 정비례하는 거리로 표시되었을 때, 대응하는 가로좌표가 각각 비례하는 것을 말한다.
6권의 비교적 쉬운 명제 강누데는 모든 포물선은 닮았다는 것(6권 11)과 포물선은 타원이나 쌍곡선과 닮지 않고, 또 타원도 쌍곡선과 닮지 않다는 것(6권 14, 15)과 같은 증명이 포함되어 있다.
그 밖의 명제(6권 26, 27)에서는 임의의 원뿔을 평행한 두 평면으로 잘랐을 때 생기는 단면이 쌍곡선(또는 타원)으로 될 때 그것들은 닮았지만 같지 않음을 증명한다.
7권에는 켤레지름에 관한 주제로 되돌아가 "원뿔곡선의 지름과 그 위에 그린 도형에 관한 많은 새로운 명제"를 싣고 있다. 그 가운데는 다음 정리의 증명(7권 12, 13, 29, 30)과 같이 현대의 교과서에서도 보이는 것이 있다.
모든 타원과 쌍곡선에서 임의의 두 켤레지름 위의 정사각형의 합(타원) 또는 차(쌍곡선)는 각 축 위의 정사각형의 합(타원) 또는 차(쌍곡선)와 같다.
또한 알려진 정리 "타원 또는 쌍곡선의 한 쌍의 켤레지름이 네 끝점에서 각각 접선을 그었을 때 네 접선이 만드는 평행사변형의 넓이는 두 축이 만드는 직사각형의 넓이와 같다"는 정리의 증명도 있다.
원뿔곡선의 8권은 현재 전해지지 않으나 '부록'으로서 사용되었다고 보인다.
15. 원뿔곡선의 초점
아폴로니우스의 원뿔곡선은 앞에서 기술한 것과 같이 넓이와 깊이를 갖추고 있지만 아주 기본적인 몇 가지 성질이 빠져있다. 오늘늘 원뿔곡선은 교과서에 실려있고, 초점은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지만 아폴로니우스는 그 점에 이름을 붙이지 않고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또한 원뿔곡선은 초점과 준선으로 결정되지만, '원뿔곡선'에는 그 사실이 언급되지 않았다. 고대인이 원뿔곡선을 말할 때 그들에게는 지금의 이심률에 상당하는 개념은 처음부터 없었다.
*이심률 \(e=\frac{PF}{PQ}\)
또 아폴로니우스의 많은 정리에는 포물선의 초점이 몇 번이나 나오지만 오늘날 두루 알고 있는 준선의 역할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폴로니우스는 다섯 개의 점으로 원뿔곡선을 결정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나중에 뉴턴의 '프린키피아'에서 대대적으로 다룬 이 방법에도 원뿔곡선에는 빠졌다.
라이프니츠는 다음과 같이 고대 업적을 과소평가하면 안된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아르키메데스와 아폴로니우스를 이해하는 사람은 후세의 가장 뛰어난 인물의 업적이라 하더라도 두 사람의 업적만큼 찬양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16. 좌표계의 사용
원뿔곡선에서 아폴로니우스가 보인 방법은 많은 점에서 지금의 방법과 너무 닮았기 때문에 때로 그의 연구는 데카르트 보다 1800년이나 앞선 해석기하학이었다고 평가된다.
아폴로니우스가 나타낸 가로좌표와 그에 대응하는 세로좌표 사이의 관계가 원뿔곡선 방정식의 수사학적 표현이다. 그러나 그리스의 기하학적 대수에는 음(-)의 양은 없었다. 더욱이 곡선의 특성을 연구하기 위한 좌표계는 어느 경우에나 해당 곡선을 그린 뒤 그 위에 덧그려져 적용되었다.
고대 기하학에서는 방정식 또는 관계가 기호나 말로 표현되지만 그것들을 그림으로 나타내기 위해 좌표계를 먼저 그린 경우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리스 기하학에서는 곡선은 방정식을 결정하지만, 방정식으로 곡선을 정의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좌표, 변수, 방정식 등은 특정한 기하학적 정황에서 생긴 보조개념이었다. 따라서 그리스 관점에서 보면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두 좌표값이 그리는 자취로서 곡선을 추상적으로 정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본다.
자취가 정말로 곡선이 되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 고대 사람들은 그것을 구적법적인 입체의 단면 또는 운동학적인 작도의 형태 가운데 어느 하나로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스인들이 일군 곡선의 정의와 연구는 융통성과 폭에서 오늘날 다루는 방법과 견줄 것이 못된다. 실제 그리스인은 주변 세계에서 여러가지 곡선의 구실은 거의 다 빠뜨리고 있었다.
운동학적 방법과 곡면의 단면을 잘 활용하면 더욱 폭 넓은 곡선의 일반화가 가능했을 터인데도 고대 사람들은 고작 12가지의 곡선밖에 몰랐다(직선 위를 구르는 원 위의 점이 만드는 도형(사이클로이드)도 몰랐다).
아폴로니우스가 해석기하학을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생각이 모자라서가 아닌 곡선의 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대 초기의 해석기하학 고안자들이 모든 르네상스의 대수를 마음껏 사용한 것에 대하여 아폴로니우스에게는 엄밀하긴 해도 사용하기 어려운 기하학적 대수밖에 없었다.
참고자료:
수학의 역사-상, (칼 B 보이어, 유타 C 메르츠바흐 지음), 양영오, 조윤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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