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사 15-알렉산드리아의 유클리드(3)
7. 제 3, 4권
원론의 처음 2권까지의 내용은 대부분 피타고라스 학파의 업적, 3, 4권은 원의 기하학으로 (키오스의) 히포크라테스에게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3권 명제 1에서는 원의 중심에 대한 작도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명제 37에서는 원 밖의 한 점에서 원의 접선과 할선을 그을 때 그 점에서 접점까지의 선분 위의 정사각형은 할선의 전체와 할선의 원 밖에 있는 선분이 만드는 직사각형과 같다.
위 그림에 의한 식 \(PT^{2}=PA\cdot PB\)는 잘 알려진 성질을 서술하고 있다. 4권에서는 원에 내접 또는 외접하는 도형에 관한 명제가 16개 있는데 오늘날 학생들이라면 대부분 다 아는 내용들이다. 각의 측정에 대한 정리는 비례론이 확립될 때까지 미룬다.
8. 비례론
원론 중 감탄할 만한 부분은 5권과 10권이고, 전자(5권)는 비례의 일반정리를, 후자(10권)는 약분불가능량의 분류를 다룬다. 약분불가능량의 발견은 논리학상의 위기를 초래하고 비례가 쓰이는 증명에 의문을 던지게 했지만 에우독소스가 제출한 원리로 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리스 수학자들은 비례를 피하려고 했다.
유클리드도 비례를 가능한 한 미루었고 기계에서 비례식 \(x:a=b:c\)를 넓이의 등식 \(cx=ab\)로 간주했다. 그러나 언젠가 비례가 필요했기 때문에 유클리드는 원론 5권에서 비례론에 매달렸다.
무관심한 독자에게는 5권이 3권처럼 시시한지 모르나 공리론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5권이 수학 전체에서 기본적으로 중요한 주제를 다루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5권은 합에 대한 곱의 좌우분배법칙과 곱셈의 결합법칙 \((ab)c=a(bc)\)와 각각 동치인 명제로 시작한다. 그 뒤에 '보다 큰'과 '보다 작은'에 대한 규칙 그리고 잘 알려진 비의 성질을 이어서 설명하고 있다.
5권에서 비례론을 전개한 뒤 6권에서 닮은 삼각형, 평행사변형, 다른 다각형 사이의 비와 비례에 관한 정리를 증명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9. 수론
유클리드 원론은 기하학 뿐만 아니라 대수(2, 5권)와 수론(7, 8, 9권)도 다룬다. 그런데 이 '수'는 그리스인들에게는 오늘날 자연수인 양의 정수를 뜻했다. 7권은 여러 종류의 수(홀수와 짝수, 소수와 합성수, 평면수와 입체수(둘 또는 세 정수의 곱))를 분류하는 22개의 정의로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의 부분들과 같은 수'로 완전수를 정의한다.
7, 8, 9권의 정리는 수론의 초보과정을 배운 사람에게는 익숙할 것이나 그 증명에 쓰인 용어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그 책 전체를 통해 낱낱의 수를 선분으로 나타낸다. 따라서 유클리드는 어떤 수를 선분 \(AB\)라는 식으로 부르고 '~의 배수 또는 ~의 약수이다' 대신 각각을 '~으로 추정된다'와 '~을 측정한다'는 말을 쓴다. 곧 \(n=km\)과 같이 나타낼 수 있는 제 3의 수 \(k\)가 있을 때 수 \(n\)은 또 다른 수 \(m\)에 의해 측정된다.
7권은 두 개의 명제로 시작해 두 수의 최대공약수를 찾는 '유클리드 호제법'이 된다. 이것은 에우독소스의 공리를 몇 번 되풀이한 것처럼 보인다. 그 뒤 명제는 산수로 잘 알려진 정리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 명제 8은 \(an=bm\) 또는 \(cn=dm\)이면 \((a-c)n=(b-d)m\)), 명제 24는 \(a,\,b,\,c\)가 서로소이면 \(ab\)도 \(c\)와 서로소라는 것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7권은 여러 수의 최소공배수를 구하는 방법(명제 39)을 서술하며 마쳤다.
8권은 유익한 부분이 없는데 연비례를 이루는 수(기하수열)에 대한 명제로 시작해 제곱수와 세제곱수에 대한 단순한 성질을 몇 개 다룬 뒤 명제 27의 "닮은 입체수는 세제곱수 대 세제곱수의 비를 갖는다"로 끝난다(\(ma\cdot mb\cdot mc:na\cdot nb\cdot nc=m^{3}:n^{3}\)).
10 소수와 완전수
9권은 소수를 다룬 세 권 중 마지막 책으로 특별히 중요한 몇 개의 정리를 담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정리는 명제 20의 '소수의 개수는 정해진 어떤개의 소수보다 많다'이다.
유클리드는 여기서 '소수의 개수는 무한하다'는 사실에 대한 유명한 초보적인 증명을 한다.
소수의 개수가 유한하다고 가정하여 \(P\)를 모든 소수의 곱, \(N=P+1\)이라 하자. 그러면 \(N\)은 소수가 아닌데 \(N\)이 소수라면 \(P\)가 모든 소수의 곱이라는 가정에 모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N\)은 합성수이고 어떤 소수 \(p\)로 나누어져야 한다. 그러나 \(p\)는 \(P\)의 어떠한 소인수도 될 수 없다. 왜냐하면 \(P\)는 동시에 1의 한 인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p\)는 곱 \(P\)의 모든 소수와 다른 소수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P\)가 모든 소수의 곱이라는 가정은 모순이다.
이 책의 명제 35는 등비수열의 합 공식을 다루고 있고, 낯선 용어를 빼면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수가 연비례를 이루고 있을 때 둘째 항과 끝항에서 각가 첫째 형을 뺀다고 하면, 둘째 항과 첫째 항의 차와 첫째항의 관계는 끝 항과 첫째 항의 차와 끝항보다 앞의 모든 항의 합의 관계와 같을 것이다.
11. 약분불가능성
원론 10권은 초기 현대대수학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가장 감탄할 만한 것이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책이었다. 이 책에서는 \(a\pm\sqrt{b}\), \(\sqrt{a}\pm\sqrt{b}\), \(\sqrt{a\pm\sqrt{b}}\), \(\sqrt{\sqrt{a}\pm\sqrt{b}}\)형태의 약분불가능 선분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서 \(a,\,b\)가 같은 차원일 때 약분가능하다고 한다. 오늘날 10권을 \(a,\,b\)가 유리수일 때 위에 기술한 식으로 나타나는 무리수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유클리드는 이 책을 오히려 산수보다 기하학의 일부라고 간주했다.
10권의 몀ㅇ제 2, 3은 정수만을 다룬 7권의 처음 두 명제를 기하학적으로 바꾼 것이고, 10권에서 유클리드는 서로 다른 두 선분에 호제법을 적용해 나머지가 그 앞의 나머지를 측정할 수 없다면, 그 두 양은 약분불가능함을 증명하고 있다. 명제 3에서는 호제법을 이용한 약분불가능한 두 양에 적용했을 때 두 선분의 최대공약량을 밝힐 수 있음을 보인다.
10권에는 다른 책보다 많은 115개의 명제가 있고, 그 대부분은 오늘날 산수의 무리수를 기하학에서 정확히 그에 대응하는 양에 대해 논했던 것이다. 이 정리 가운데는 \(\frac{a}{b\pm\sqrt{c}}\)와 \(\frac{a}{\sqrt{b}\pm\sqrt{c}}\)꼴의 분수에서 분모의 유리화를 기하학적으로 다룬 것도 있다. 그런데 제곱근과 제곱근의 합의 제곱근으로 나타나는 선분은 유리수의 결합과 마찬가지로 쉽게 자와 컴파스로 작도할 수 있었다. 그리스인이 이처럼 산술적 대수보다도 기하학적 대수를 택한 이유는 실수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후자(기하학적 대수)가 더 일반적이었다.
12. 입체기하학
11권은 3차원 기하학에 대한 명제 39개를 싣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입체기하학을 배운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것들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정의가 완벽하지 않은데 유클리드는 입체를 '길이와 나비와 깊이를 갖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입체의 경계는 면이다'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정의 가운데는 마지막 네 개는 정다면체 네 개에 관한 정의이다. 여기에는 정사면체가 없는데 그 이유는 각뿔을 '하나의 평면을 밑면으로 하고 임의의 한 점을 꼭짓점으로 해서 만들어진 여러개의 평면으로 둘러싸인 입체'라고 정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2권의 18개 명제는 모두 도형의 측정에 관한 것으로 추정할 때는 착출법을 쓴다.
12권은 원의 넓이의 비는 지름 위의 정사각형의 비라는 정리를 증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원에 사용한 것처럼 이중배리법을 각뿔, 원뿔, 원기둥, 구의 부피 측정에 적용하고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이 정리들의 엄밀한 증명을 에우독소스가 했다고 보았으므로 유클리드는 이 책 대부분의 내용을 에우독소스의 저작에서 취했을 것이다.
마지막인 13권은 전체가 다섯 개인 정다면체의 성질을 다룬다. 이런 사실을 통해 우주도형, 곧 플라톤 도형을 찬미하기 위해 원론을 썼다고 주장하는 역사가도 있을 정도이다.
이 책(원론)의 앞선 부분에서 정다면체에 대해 전혀 다루지 않았으므로 그런 가정은 전혀 근거가 없다. 그러나 13권 끝에 실린 일련의 정리들의 목적은 각 정다면체를 구 안에서 이해하는 것, 결국 다면체의 한 변과 외접구의 반지름의 비를 구하는 것이었다.
13권의 대부분은 테아에테투스의 업적일 것이다. 비의 계산에 대한 준비로서 유클리드는 여기서 다시 선분의 황금분할(중외비분할)에 대해 다루고 있다.
다음 유클리드는 명제 10에서 유명한 정리 '어떤 삼각형의 세 변이 각각 같은 원에 내접하는 정오각형, 정육각형, 정십이각형의 한 변이라면 그 삼각형은 직각삼각형이다'를 증명한다. ㅁ
명제 13에서 17까지는 구의 지름에 대한 그 구에 내접하는 각 정다면체의 비를 차례로 나타낸 것이다. 곧 \(\frac{e}{d}\)(\(e\): 변의 길이, \(d\): 지름)의 값은 정사면체가 \(\sqrt{\frac{2}{3}}\), 정팔면체가 \(\sqrt{\frac{1}{2}}\), 정육면체가 \(\sqrt{\frac{1}{3}}\), 정이십면체가 \(\sqrt{\frac{5-\sqrt{5}}{10}}\), 정십이면체가 \(\frac{\sqrt{5}-1}{2\sqrt{3}}\)이다.
원론의 마지막 명제인 명제 18에서는 정다면체가 5개 밖에 존재하지 않음을 쉽게 증명한다. 이로부터 1900년 뒤 케플러는 이 5개의 정다면체를 바탕으로 우주론을 세웠다.
유클리드의 원론은 14, 15권도 있다고는 하나 훗날 학자들에 의해 출처가 의심스럽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4권은 구에 내접하는 정다면체에 대해 유클리드가 비교한 것을 다시 발전시킨 것이고, 15권도 정다면체에 관한 것으로 하나의 정다면체를 다른 정다면체에 내접시키는 방법, 정다면체의 변과 입체각의 수를 세는 방법, 모서리에서 만나는 두 면이 만드는 이면각을 재는 방법들을 싣고 있다.
13. 원론이 미친 영향
유클리드의 원론은 모든 시대를 통해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교과서이다. 시대가 지나면서 오류나 변화가 있었지만 만족할 만한 견해가 나왔다. 원론은 아라비아어, 라틴어(12세기)를 거쳐, 각 나라어(16세기)로 번역되었다.
원론이 처음 인쇄된 곳은 1482년 베니스인데, 인쇄된 수학책 중 가장 오래된 것이고, 1000번 이상 재판되었다. 그리고 원론은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한다.
참고자료:
수학의 역사-상, (칼 B 보이어, 유타 C 메르츠바흐 지음), 양영오, 조윤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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