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사 9-영웅의 시대(3)
12. 연역법
일반적으로 연역적 요소를 수학에 도입한 것은 탈레스라고 생각되어 왔으나 기원전 6~5세기 수학은 너무 원시적이어서 인정할 만한 공헌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합리적 추론의 형식에 이르는 귀착점(terminus ante quem)을 기원전 5세기의 말로 보아도 괜찮은 것이다.
탈레스가 여행하던 중 원넓이를 구하는 방법이 이집트와 바빌로니아가 서로 달라서 탈레스와 초기의 후계자들은 엄격한 합리적 방법이 필요함을 통감했다. 그보다 견해가 조심스런 사람들은 연역적 방법의 기원을 약분불가능한 양을 발견한 기원전 4세기 초로 본다.
어떤 사람은 그리스 도시국가가 사회·정치적으로 발달하면서 변증법이 생겨났고, 그 발생결과로 수학이나 다른 학문에도 합리적 기반이 요구되었다는 것에 주목한다.
이와 약간 비슷한 또 하나의 학설은 필연적으로 그러한 결론을 유도하는 전제를 먼저 찾아서 반대자에게 그 결론을 이해시키려는 논리에서 연역법이 생겨났다는 학설이다.
13. 기하학적 대수
연역법이 수학에 들어온 시기가 기원전 6세기이든 4세기이든, 약분불가능성의 발견이 기원전 400년 전 또는 400년 후이든지 그리스 수학이 플라톤 시대까지 철저하게 변하던 것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수와 연속량 사이의 이분법은 피타고라스 학파가 계승한 바빌로니아 대수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필요로 했다. 직사각형의 두 변의 합과 곱이 주어졌을 때 각 변의 길이를 구하는 오랜 문제는 바빌로니아인이 썼던 수치적 계산법(수표)과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따라서 이른바 '기하학적 대수'가 오랜 '산술적 대수'를 대신하게 되었다. 이 새로운 대수에는 서로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선과 넓이, 넓이와 부피를 더할 수 없었다. 그 이후 방정식의 각 항에는 엄밀한 동차성이 요구되고 메소포타미아의 표준형 \(xy=A\), \(x\pm y=B\)도 기하학적으로 해석되었다. 그리고 이 표준형에서 \(y\)를 소거함으로써 독자가 다다를 아주 명백한 결론은 이것이 주어진 선분 \(b\)위에 직사각형을 만드는 작도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이때 그 직사각형의 미지의 폭 \(x\)를 직사각형의 넓이가 주어진 넓이 \(A\)보다 정사각형 \(x^{2}\)만큼 넘게 취하든지 아니면 (부호가 음수일 때) 주어진 넓이 \(A\)보다도 직사각형 \(x^{2}\)만큼 모자라게 취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그리스인은 '넓이의 적용'으로 알려진 그들 독자적인 방법으로 이차방정식의 풀이법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방법은 기하학적 대수의 일부로서 유클리드의 원론도 그것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약분할 수 없는 양 때문에 생겨난 어려움은 이후 초등수학에서 가능한 한 비를 피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일차방정식 \(ax=bc\)는 두 개의 비 \(a:b=c:x\)의 등식보다는 넓이 \(ax\)와 \(bc\)의 등식으로 본다.
따라서 \(x\)를 작도할 때는 먼저 \(b=OB\), \(c=OC\)인 직사각형 \(OCDB\)를 작도하고, 선분 \(OC\)위에 \(OA=a\)가 되도록 선분 \(OC\)의 연장선 위에 점 \(A\)를 택한다. 여기서 정사각형 \(OAEB\)를 완성시키고 빗변 \(OE\)를 그어 선분 \(CD\)와 만나는 점을 \(P\)라고 한다. 여기서 직사각형 \(OARS\)와 \(OCDB\)는 넓이가 같으므로 선분 \(CP\)가 구하는 선분 \(x\)이다.
유클리드는 원론 5권에서 비례에 관한 어려운 문제를 다루었다. 아마 그리스의 기하학적 대수가 기교적이고 어렵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을 실제로 사용하고 다루는 데 익숙한 사람에게는 아마 편리한 도구였을 것이다.
분배법칙 \(a(b+c+d)=ab+ac+ad\)는 다음 그림과 같이 선분 \(a\)와 각 선분 \(b,\,c,\,d\)의 합으로 만든 직사각형의 넓이는 선분 \(a\)와 각 선분 \(b,\,c,\,d\)로 따로 만든 세 직사각형의 넓이의 합과 같다는 것이다. 또한 항등식 \((a+b)^{2}=a^{2}+2ab+b^{2}\)와 \(a^{2}-b^{2}=(a+b)(a-b)\)도 다음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다.
선분의 합, 차, 곱 및 나누기도 자와 컴파스 만으로 작도할 수 있다. 제곱근도 기하학적 대수에서 조금도 어렵지 않다. \(x^{2}=ab\)인 선분 \(x\)를 찾는 것도 다음의 반원 그림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PO=AO=CO=r\), \(BO=s\)라 하면, \(x^{2}=r^{2}-s^{2}=(r-s)(r+s)=ab\)가 됨을 알 수 있다.
14. 데모크리투스
수학에서 '영웅의 시대'는 6명의 위대한 인물을 탄생시켰지만 그들 가운데 화학철학자로서 유명한 한 사람을 더 넣어야 한다. 그는 데모크리투스로 오늘날에는 유물론적 원자론의 제창자로 유명하나 살아있을 때는 기하학자로도 유명했다.
그는 당시에 아테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도까지 여행해 많은 지식을 얻고 익혔다고 한다. 데모크리투스의 수학을 푸는 열쇠는 그의 원자론의 물리 법칙에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데모크리투스는 모든 현상을 빈 공간을 끝없이 운동하고, (크기와 형태에서) 한없이 작으면서 수없이 많은, 그리고 쪼갤 수 없는 만큼 딱딱한 원자로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우리가 사는 세계(그리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다른 세계)는 원자가 일정하게 비슷한 점이 있는 집한으로 정렬 또는 응집하여 창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학설이 아니었는데 그보다 일찍이 레우키푸스가 제창했기 때문이다. 레우키푸스와 데모크리투스의 물리적 원자론은 피타고라스 학파의 기하학적 원자론에서 암시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데모크리투스가 주로 관심을 두었던 수학 문제가 무한소 방법을 필요로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이집트인은 피라미드의 부피가 밑면과 높이의 곱의 \(\frac{1}{3}\)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었다(미적분에 상당하는 수학적 관심이 필요하다). 아르키메데스는 뒤에 이 성과는 데모크리투스가 이룬 것이지만 엄밀하게 증명하지 못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이 점은 이상한데 데모크리투스가 이집트인이 알고 있던 것에 무언가를 보탠다면 그것이 비록 충분하지 않더라도 어떤 종류의 증명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데모크리투스는 삼각기둥은 높이와 밑넓이가 같은 삼각뿔 3개로 나눌 수 있으므로 높이와 밑면의 넓이가 같은 각뿔의 부피는 서로 같다는 가정으로부터 잘 알려진 이집트의 정리를 연역했을 것이다.
이 가정은 무한소 방법을 응용해서만 입증할 수 있다. 예를들어 밑면과 높이가 서로 같은 두 각뿔을 서로 일대일로 대응하는 한없이 많고 한없이 얇은 넓이가 같은 단면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간주하면 이 가정은 정당화된다(카발리에리의 원리).
확증은 없으나 데모크리투스의 생각의 바탕에는 이상과 같은 막연한 기하학적 원자론이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제논의 역설이 나오고 약분불가능한 양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에는 무한소의 무한성을 근거로 한 논증은 이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므로 아르키메데스는 데모크리투스가 엄밀한 증명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판단은 또한 아르키메데스가 데모크리투스의 업적이라고 보는 정리, 원뿔부티는 이것에 외접하는 원기둥 부피의 \(\frac{1}{3}\)이라는 정리에도 들어맞을 것이다. 원본은 본질적으로는 변의 개수가 한없이 많은 정다각형을 밑면으로 하는 각뿔이기 때문이다.
데모크리투스의 기하학적 원자론은 몇가지 문제에 맞닥뜨렸다.
예를들어 각뿔이나 원뿔은 밑면에 평행하고 무한히 많은 얇은 다각형이나 원 모양의 단면으로 되어 있다고 하여, 이웃하는 어떤 두개의 앏은 판을 생각하면 역설이 생긴다.
곧 서로 이웃한 단면의 넓이가 같다면 모든 단면이 같으므로 전체는 각뿔이나 원뿔이 아니라 각기둥이나 원기둥이 될 것이다. 한편 이웃한 단며이 같지 않아면 전체는 계단형의 각뿔이나 원뿔이 되어 보통 생각하는 매끈한 도형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의 어려움은 약분불가능량과 운동의 역설의 어려움과 다르지 않다. 데모크리투스는 자신의 저서 '무리량에 대하여'에서 위에서 서술한 어려운 점을 분석한 거 같으나 그 시도가 어떤 방향이었던가는 알 수 없다.
영웅의 시대의 주요 수학적 유산은 다음의 6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원과 넓이가 같은 정사각형의 작도(원적 문제), 정육면체의 배적(델로스 문제), 각의 3등분, 약분불가능한 양의 비, 운동에 관한 역설, 무한소 방법의 타당성
참고자료:
수학의 역사-상, (칼 B 보이어, 유타 C 메르츠바흐 지음), 양영오, 조윤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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