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회학] 10. 학교와 학급(1)
학교와 학급은 단순히 수업이 아닌 아동들의 삶의 세계이며 그 안에서의 삶을 통해 기쁨과 즐거움, 슬픔과 고통을 느끼면서 인격을 갖는 개인으로 형성되어 가는 곳이다.
학교의 사회적 특성 중 하나는 조직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이고, 조직은 '특정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구성/재구성된 사회집단 또는 인간집단'이다.
학교는 학교의 공식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직된 사회이다. 학교의 목표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 특성과 환경적 특성, 그 안에서의 사회적 관계는 개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며 동시에 그 학교조직 자체가 사회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베버와 관료제
베버는 근대 사회의 특성을 사람들이 생활의 모든 면에서 합리화를 지향하고 조직의 차원에서 관료제가 불가피하게 진행되는 데 있다고 보았다. 사회에서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근원으로 전통적 권위, 카리스마적 권위, 합법적 권위가 있다고 보았다.
베버는 관료제의 조직 원리로 다음과 같은 원칙을 들고 있다.
1. 직무수행은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
2. 직무에 관련된 명령조직은 위계절차를 따른다.
3. 직무수행은 문서에 의해 이루어진다.
4. 관료제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전문화된 훈련이 필요하다.
5. 인정할 만한 자격과 경력을 채용 요건으로 한다.
6. 관료제 조직은 비인격적 관계이다.
사회가 전문적으로 분화된 직무에 종사할 인력의 양성과 선발기능을 학교에 요구했기 때문에 학교조직은 합리화와 관료제를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관료제는 합리성의 배후에 비인격적 성격이 존재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베버는 합리화의 진전과 관료제의 침투가 심각한 인간소외 상황을 초래한다는 점을 간파하면서도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베버의 생각과 달리 관료화된 학교의 기능은 사회화 기능보다 지위의 배분 기능과 정당화 기능이 과도하게 확장되었다. 학교의 내부에서도 단편적인 지식의 전달,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 교사와 학생의 행동을 규제하는 규칙 등 관료제의 비인간적 측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직으로서의 학교는 신입생을 사회화하는 일에 끊임없이 직면해야 한다. 서로 다른 개성과 요구를 갖는 신입생들을 사회화시켜서 학교의 공식적인 목표로 적응시켜야 한다. 이때 엄격한 규칙과 관료제적 절차로 굳어진 조직은 보다 개방적이고 비관료적 조직과 달리 학생들의 요구를 묵살하게 될 것이다.
조직에 대한 관리적 접근
테일러에 의해 제기된 과학적 관리론은 모든 생산조직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의 경영 관리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테일러가 가진 문제의식은
1. 노동자들의 태도와 행동, 무관심 나태함
2. 생산조직인 공장을 운영하는데 효과적 감독 절차의 부재, 표준화된 생산방법의 부재, 작업현장에서 노동자와 노동기술체계가 통합되지 못하는 점
이 2가지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 관리론을 제시했고, 그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과학적 직무분석
2. 과학적 선발과 교육훈련
3. 협력을 중시하는 관리방식
4. 관리자와 노동자의 역할 분화
이러한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의 원리는 교육조직과 교육행정가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보빗은 이 원리를 적용해 학교를 감독하는데 필요한 원칙을 다음과 같이 재구성했다.
1. 교육감이나 교장은 교육청이나 학교의 교육목표를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2. 단위 학교에서는 학교장을 중심으로 교감, 부장교사, 교사, 직원들이 협력해서 학교의 교육목표 달성에 노력해야 한다.
3. 학교관리자들은 최선의 교수방법을 탐색해야 하며 교사들은 최선의 교수방법을 숙지해서 교육에 임해야 한다.
4. 교사의 자질과 자격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5. 교사가 되기 위한 사전교육은 물론, 교사가 된 후에도 각종 연수를 충실히 이수해야 한다.
6. 최상의 수업을 위해 명확한 교육과정의 내용과 교수방법과 관련된 지침,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이 제공되어야 하며 교사들은 이를 충실히 활용해야 한다.
7. 교사들의 동기를 증진시키기 위해 성과급과 같은 각종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8. 효과적인 학교 운영에 학교관리자(교장)의 리더쉽은 필수적이다.
렌커스터와 벨의 조교 교수법은 교사가 나이가 많은 아동을 몇 명 선발해서 교과를 가르친 후 그들을 조교로 임명해서 그들이 다른 아동들에게 가르치게 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임금이 저렴하고 효과적이며 시간과 노력에 있어서 경제적이나 학교교육의 주요 목표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생각되게 만들고 있다.
과학적 관리론은 인간을 기계에 비유하여 비인간적 측면과 함께 학교조직이 갖는 인간적 측면(1차집단)을 소홀히 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조직에 대한 체계론적 접근
조직에 대한 최초의 이론적 관심은 과학적 관리론이었으나 가장 널리 사용되는 관점은 체제이론이다. 이들은 조직을 하나의 체제(시스템)로 파악하고, 체제이론이 보는 조직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1. 복잡한 체제는 그 안에 하위체제를 포함하고 있다.
2. 하위체제 안에는 상호작용하는 체제의 구성요소들이 있다. 체제의 구성요소에는 투입, 과정, 산출 및 피드백이 있다.
3. 체제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환경 안에 존재한다.
4.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따라 폐쇄처리와 개방체제로 구분된다.
학교는 외부의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개방체제이므로 개방체제로서의 학교조직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1. 학교는 여러 요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외부로부터 투입물을 획득하고 투입된 것을 변형시켜 환경에 산출물을 내놓는다. 교실, 책, 컴퓨터, 교수자료, 교사, 학생 등은 학교에서 중요한 투입요소이다. 학생은 대표적인 투입 자원으로 학교의 외부로부터 신입생을 받아서 교육을 시켜(변형과정) 졸업생을 배출(산출)하는 것이다.
2. 체제가 갖는 피드백 능력은 투입-변형-산출의 반복적, 순환적 패턴을 촉진한다(예: 학교운영위원회, 비공식적 활동).
3. 체제는 경계를 가지고 있다.
4. 환경은 체제를 구성하는 내적 요소들에 영향을 주며, 사회자체 그 자체에 의해 변화되는 체제 밖의 어떤 것이다. 학교체제의 입장에서는 교육청의 정책, 교육청 교육행정가, 다른 학교, 지역 사회 등이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5. 체제를 구성하는 요소 간에 평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일단의 조절장치가 작동하는 과정을 항상성이라고 한다. 학교에서 중요한 요소와 활동은 보호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전반적인 안정이 유지된다.
6. 체제가 소멸되어 가는 경향성을 엔트로피라고 한다. 개방체계는 환경에서 에너지를 유입해 엔트로피를 극복할 수 있다. 그 예로 조직은 변화하는 환경의 요구에 적응함으로써 환경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7. 이인동과성(equifiality)의 원리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시작해 서로 다른 통로를 거치더라도 체제는 동일한 결과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조직을 구성하는 방식은 다양하고 교육목표에 도달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체제이론의 핵심은 투입-변형-산출의 과정을 거치면서 산출에 대한 평가를 통해 피드백되는 과정이 반복적이며, 순환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계속적인 피드백 기능을 통해 산출이 목표에 부합되도록 과정변인의 채택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교육과정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
학교조직은 투입요소인 학생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학교가 생산라인이면 학생은 원재료이다.
번스타인은 학교에서 전수되는 지식(교육과정)의 분류 형태에 따라 집합코드와 통합코드로 구분했다.
집합코드: 교육과정이 강한 분류를 갖는 경우, 이러한 학교는 세분화된 학과를 중심으로 조직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학과장이나 교과주임교사의 통제력이 커지는 관리형태를 나타낸다.
통합코드: 학과목들이 상호 연관되어 있는 약한 분류로 구성된 경우이다. 통합코드 역시 조직구조에 영향을 미치는데 학과목의 통합은 교원들이 수업을 분담하고 교육과정의 계획과 시행에 있어서 서로 협력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학교의 능력별 조직과 그 사회적 기능
학교는 학생과 교사를 다양한 기준으로 조직하고 있다. 학생 조직에 일반적 준거는 연령, 성별, 능력 등이다.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는 보통계(인문계)고등학교와 전문계(실업계)고등학교에 대한 선택, 보통계에 입학해서는 문과, 이과에 대한 선택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학생들을 능력별, 진로별로 구분하는 조직형태를 계열화 또는 분류화라고 한다.
계열화는 학생들의 지위를 배분할 뿐만 아니라 각각의 계열에 따라 상이한 학생문화를 형성한다고 알려졌다. 인문계열 학생은 대학진학이 목적이므로 학업지향적이고 친학교적 태도를 지닌 반면, 전문계 학생은 진학을 하지 않으므로 일탈적이고 반학교적 태도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계열화가 학생들의 태도와 학생문화에 미치는 사회화 작용은 흔히 '낙인'효과, 즉 학생들이 자기에게 부여되는 평가에 맞추어 자신의 행동과 태도를 형성한다고 설명되어왔다. 그러나 사회화를 자아개념의 차원에서 조사해 본 연구들은 중학생은 자아개념이 성적과 일치하는 반면 고등학생의 경우 진학교(인문계)학생의 자아개념이 낮은 반면 비진학교(실업계)학생의 자아개념이 높게 나타난 결과를 얻었다.
따라서 자아개념의 수준에서 보면 학생들의 사회화는 계열화에 의한 낙인효과가 아닌 학교조직 안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효과로써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조직 그 자체가 사회화 효과를 생성한다는 것이다.
참고자료:
교육사회화, 백승학, 강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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