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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결합기하학



논리율


앞서 다루었던 약속 2에서 언급한 추론의 규칙에 따라 논의를 해야 한다. 여기서는 잘 알려진 몇 가지 기본적 추론의 규칙만을 다루겠다. \(H\), \(C\), \(S\)가 명제들일 때 통상적 표기 "\(H\,\Rightarrow\,C\)"는 "\(H\)이면 \(C\)이다"를 의미하고 표기 "\(\sim S\)"는 \(S\)의 부정을 의미한다. 


논리율 1. 서술되지 않은 가정은 증명에서 사용될 수 없다.  

논리율 2(귀류법, reductio ad absurdum). 명제 "\(H\,\Rightarrow\,C\)"를 증명하기 위해 결론 \(C\)의 부정을 가정하고 가정 \(H\)를 이용해 모순명제를 추론한다.

논리율 3. 명제 "\(\sim(\sim S)\)"는 "\(S\)"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논리율 4. 명제 "\(\sim[H\,\Rightarrow\,C]\)"는 "\(H\) 그리고 \(\sim C\)"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논리율 5. 명제 "~[\(S_{1}\) 그리고 \(S_{2}\)]"는 "\(\sim S_{1}\) 또는 \(\sim S_{2}\)"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논리율 6(긍정식, modus ponens). \(P\,\Rightarrow\,Q\)이고 \(P\)가 증명 속에 있는 단계이면, \(Q\)도 정당한 단계이다.

논리율 7.

(1) \(P\,\Rightarrow\,[P\,\text{또는}\,Q]\), \(Q\,\Rightarrow\,[P\,\text{또는}\,Q]\)   

(2) \([P\,\text{그리고}\,Q]\,\Rightarrow\,P\), \([P\,\text{그리고}\,Q]\,\Rightarrow\,Q\)  

(3) \([\sim Q\,\Rightarrow\,\sim P]\,\Leftrightarrow\,[P\,\Rightarrow\,Q]\)(대우명제)     

(4) \([[P\,\Rightarrow\,Q]\,\text{그리고}\,[Q\,\Rightarrow\,R]]=[P\,\Rightarrow\,R]\)     

논리율 8. 모든 명제 \(P\)에 대해 \(P\)가 성립하거나 그 부정인 \(\sim P\)가 성립해야 한다.


앞에서의 논리율을 초보적인 기하학 결합기하학(incidense geometry)에 응용하자. 여기서는 무정의 용어 "점", "직선", 점과 직선 사이의 무정의 관계인 "결합"(앞에서와 같이 "\(P\)와 \(l\)위에 있다"로 나타낸다)만을 가정하고, "순서"와 "합동"은 사용하지 않는다. 여기서의 무정의 용어들은 다음의 세 개의 공리에 종속되고, 그 중 첫 번째는 유클리드의 첫 번째 공준과 같다.


결합공리 1. 임의의 서로 다른 두 점 \(P,\,Q\)에 대해 \(P\)와 \(Q\)를 지나는 직선 \(l\)이 유일하게 존재한다.

결합공리 2. 한 직선 \(l\)위에는 항상 적어도 두 점이 존재한다.

결합공리 3. 어떠한 직선도 그들 모두를 지날 수 없는 서로 다른 세 점이 존재한다. 


이제 모든 직선이 그 위에 놓인 점들을 적어도 두 개 이상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고, 특히 세 번째 공리와 논리율 7의 (2)에 의해 이 기하학은 적어도 세 점을 가져야 한다.


*참고

명제 2.1. 평행이 아닌 서로 다른 두 직선은 오직 한 점에서 만난다.

명제 2.2. 임의의 직선에 대해 그 위에 있지 않은 점이 적어도 하나 존재한다.

명제 2.3. 임의의 점에 대해 그것을 지나지 않는 직선이 적어도 하나 존재한다

명제 2.4. 임의의 점 \(P\)에 대해 \(P\)를 지나지 않는 직선이 적어도 두 개 존재한다.

명제 2.5. 한 점에서 만나지 않는 서로 다른 세 직선이 존재한다. 


일밙거으로 어떤 공리계를 갖든지 간에 무정의 용어를 적당한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무정의 용어에 특별한 의미를 줄 수 있음을 뜻하고, 이것을 공리계에 대한 해석(interpretation)이라고 한다. 그러면 해석된 공리들이 옳은 명제인지 아닌지를 묻는 것이 가능하고, 이때 그것들이 옳은 명제이면 이 해석을 모형(model)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을 취하면 무정의 용어 "점", "직선", "결합"에 대한 해석이 통상적으로 쓰는 작은 점과 긴 대시의 해석 이외의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예1: 세 문자로 된 집합 \(\{A,\,B,\,C\}\)에서 \(A,\,B,\,C\)각각을 "점", 두 문자로 이루어진 부분집합들 \(\{A,\,B\}\), \(\{A,\,C\}\), \(\{B,\,C\}\)를 "직선"이라고 하자. 한 "점"이 한 "직선"위에 있다는 해석은 그것이 그 부분집합의 한 원소가 되는 것으로 정한다. 

이 해석대로라면 \(A\)는 \(\{A,\,B\}\)와 \(\{A,\,C\}\)위에 있고, \(\{B,\,C\}\)위에 있지 않다. 

이 해석이 모형인가를 결정하기 위해서 공리들에 대한 해석이 옳은가를 검토해야 한다. 결합공리 1의 경우 \(P,\,Q\)가 \(A,\,B,\,C\)중 임의의 두 개일 때에는 \(\{P,\,Q\}\)가 임의의 "직선"일 때 \(P\)와 \(Q\)가 그 위에 있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점"이 된다. 공리 3의 경우 \(A,\,B,\,C\)가 일직선 위에 있지 않는 세 개의 서로 다른 "점"들 임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모형을 갖는 이점은 어떤 명제가 한 모형에서 성립하고 다른 모형에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형은 형식적 체계를 실험하는 실험실과 같다. 


유클리드의 평행공준의 실험: "한 직선 \(l\)과 \(l\)위에 있지 않은 한 점 \(P\)가 주어질 때 \(P\)를 지나서 \(l\)과 평행인 직선이 유일하게 존재한다." 그림을 그리면 옳은 것 같지만 앞의 예의 3-점 모형에서는 어떠한 평행선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3-점 모형에서 \(\{A,\,B\}\)는 \(\{B,\,C\}\)와 점 \(B\)에서 만나고, \(\{A,\,C\}\)와는 점 \(A\)에서 만난다. 또한 \(\{B,\,C\}\)는 \(\{A,\,C\}\)와 점 \(C\)에서 만난다(3-점 모형이 타원평행성질(elliptic parallel property)을 갖는다고 말한다).

따라서 결합공리군만으로 유클리드의 평행공준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사실 결합기하학에서 평행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그 반대의 명제 "모든 두 직선이 공유점을 갖는다"(타원평행성질)도 결합기하학의 공리로 증명할 수 없다. 

이 상황은 "평행선이 존재한다"는 명제가 결합공리군과 독립임을 뜻한다. 

어떤 명제가 주어진 공리들로부터 증명도 부정도 될 수 없으면 그 명제는 그 공리들로부터 독립(independent)이라고 한다. 독립성은 공리들에 대한 두 모형인 명제가 성립하는 모형, 명제가 성립하지 않는 모형 이 두 가지를 건설함으로써 논증된다. 

한 공리계의 언어로 된 모든 명제들이 그 공리들로부터 증명되거나 부정될 수 있으면 그 공리계를 완비(complete)라고 한다. 따라서 결합기하학에 대한 공리들은 완비가 아니다. 


예2: 한 구면을 고정하자. 그런 다음 "점"을 이 구면 위의 점으로 해석하고 "직선"을 이 구면 위의 큰 원(great circle)으로 해석하자. "결합"은 "점이 큰 원 위에 있다"와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면 이 해석에서 어떤 평행선도 존재하지 않고, 이 해석은 결합기하학에 대한 모형이 되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구면 위의 북극과 남극을 지나는 무수히 많아서 결합공리 1의 해석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3: 네 개의 문자 \(A,\,B,\,C,\,D\)를 "점", \(\{A,\,B\}\), \(\{A,\,C\}\), \(\{A,\,D\}\), \(\{B,\,C\}\), \(\{B,\,D\}\), \(\{C,\,D\}\)를 "직선", "결합"은 예1과 같다. 이것은 결합기하학에 대한 한 모형이고, 이 모형에서 유클리드의 평행공준이 성립한다.

예4: 다섯 개의 문자 \(A,\,B,\,C,\,D,\,E\)를 "점", "직선"은 이들 중 두 개만으로 이루어진 10개의 집합들, "결합"은 예1과 같다. 그러면 평행선에 대한 명제(쌍곡기하학의 성질)가 성립함을 증명할 수 있다

: 한 직선 \(l\)과 \(l\)위에 있지 않은 한 점 \(P\)에 대해 \(P\)를 지나서 \(l\)과 평행인 직선이 적어도 두 개 존재한다.

모형은 어떤 명제가 주어진 공리들과 독립임을 보이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즉 모형은 어떤 명제가 공리들로부터 증명될 수도 부정될 수도 없음을 논증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특히 한 공리계가 앞의 예1,3,4의 모형들처럼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많은 모형을 가지면 그 체계는 광범위한 응용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체계의 공리들로부터 증명된 명제는 역시 그 모형들 중 어떤 것에서도 자동적으로 옳은 명제가 된다.   

극단적인 경우 한 공리계의 모든 모형들이 서로 동형이 될 수 있는데 그 공리들을 범주적(categorical)이라고 한다. 범주적 공리들에 대한 이점은 그것들이 그 체계의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모형의 모든 성질들을 완전히 묘사해 준다는 것이고 따라서 범주적 공리들은 완비적이다.

모형은 공리계의 무모순성에 대한 증거를 제공해준다. 그 이유는 예1에서의 세 문자 \(A,\,B,\,C\)에 대해 어떠한 모순도 추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모형이 "본질적으로 같은" 또는 "동형"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세울 필요가 있다. 결합기하학에 있어서 이것은 두 모형의 점들 사이에 일대일 대응 \(P\,\leftrightarrow\,P'\)가 존재하고, 또 직선들 사이에 일대일 대응 \(l\,\leftrightarrow\,l'\)이 존재해서 \(P\)가 \(l\)위에 있을 필요충분조건이 \(P'\)가 \(l'\)위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대응을 한 모형에서 또다른 모형으로의 동형사상(isomorphism)이라고 한다. 


예: 세 개의 문자집합 \(\{a,\,b,\,c\}\)에서 \(a,\,b,\,c\)는 "직선", "점"은 이들 중 꼭 두 개로 이루어진 부분집합 \(\{a,\,b\}\), \(\{a,\,c\}\), \(\{b,\,c\}\)이라 하자. 또한 결합은 집합의 포함관계라고 하자. 예를들어 "점" \(\{a,\,b\}\)는 "직선" \(a\)와 "직선" \(b\)위에 있고, "직선" \(c\)위에는 있지 않다. 이 모형은 예1의 3-점 모형과 구조상 같고 다음의 동형사상을 얻을 수 있다.$$\begin{align*}&A\leftrightarrow\{a,\,b\}\,\{A,\,B\}\leftrightarrow b\\&B\leftrightarrow\{b,\,c\}\,\{B,\,C\}\leftrightarrow c\\&C\leftrightarrow\{a,\,c\}\,\{A,\,C\}\leftrightarrow a\end{align*}$$\(A\)는 \(\{A,\,B\}\)와 \(\{A,\,C\}\)위에 있고, 그 대응인 "점" \(\{a,\,b\}\)는 오직 그 대응 "직선" \(b\)와 \(a\)위에만 있다. \(B\)와 \(C\)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으로 결합이 이 대응에 의해 보존된다.

"점"들에 대해 동일한 대응을 유지하고 "직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응을 한다고 하자.$$\begin{align*}&\{A,\,B\}\leftrightarrow a\\&\{B,\,C\}\leftrightarrow b\\&\{A,\,C\}\leftrightarrow c\end{align*}$$그러면 이 대응은 동형사상이 아니다. 그 이유는 \(A\)는 \(\{A,\,C\}\)위에 있으나 그 대응인 "점" \(\{a,\,b\}\)는 그 대응인 "직선" \(c\)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타원평행성질을 갖고 유클리드의 평행성질을 갖는 두 모형은 서로 동형이 아니다. 그 이유는 동형사상이 존재한다고 하고 한 직선 \(l\)과 \(l\)위에 있지 않은 임의의 점 \(P\)가 주어졌다고 하자. 그러면 타원평행성질에 의해 \(P\)를 지나는 모든 직선이 \(l\)과 교차한다. 따라서 그 대응점 \(P'\)를 지나는 모든 직선이 그 대응직선 \(l'\)과 만나야 하고 이것은 두 번째 모형의 유클리드 평행성질에 모순이다. 


마지막으로 그림(diagram)은 기하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앞에서의 르장드르의 평행공준의 증명처럼 잘못 추측하는 오류를 범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참고자료:

Euclidean Geometries and Non-Euclidean Geometries 3rd edition, Greenberg, Freeman and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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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kywalker222